[석사과정] 졸업이 가까워진 어느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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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인스타그램에서 "아이돌 연습생 기간"과 "대학원기간"을 비교하는 글을 보았다.

 

그걸 보고 나니, 내심 박사가 할만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ㅋㅋㅋㅋㅋ)

 

대부분은 아니지만 5년 이상 연습생 생활을한 아이돌들이 결코 적지 않음을 알 수 있었고, 위 이미지는 2014년 기준이지만, 최근에도 이러한 추세가 이어지는 것 같다. 대학원은 그래도 20대에 가기라도 하지, 아이돌들은 10대에 불투명한 미래와 꿈을 위해서 박사와 맞먹는 연습생 생활을 버텨야만 한다는게, 그리고 버텼다는게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든다.

 

난 고작 2년밖에 안해놓고 박사가기 싫다고 징징거리는데...

 

그래도 석사과정을 돌이켜보면 난 2년동안 많은걸 배우고 느낄 수 있었다. 

• 지식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전파되는지 더 이상 상상이 아닌 피부로 직접 느낀 것
• 그동안 꿈에 그리던 업계 최전선에 있을 수 있다는 것
• 연구라는 과정은 이미 있는 지식을 공부하는 것이랑은 많이 다르다는 것
• 처음에 첫 연구 주제 잡느라고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았는데, 어쩌다보니 4개 논문에 참여하고 졸업한다는 것
• 이 분야가 정말 재미 있다는 것

 

연구 주제와 관련해서 더 이야기 해보자면, 난 사실 맨 처음에 이 연구실에 올 생각은 없었다. 우리 연구실은 다양한 컴퓨터 아키텍처 중에서도 "메모리 시스템"을 연구하는데, 단순히 CPU나 GPU만 알던 학부생 시절에는, "아니 컴퓨터 하면 CPU, GPU가 메인 아님? 메모리는 그냥 저장장치아님?" 이라는 편협한 생각에... 단순히 연산기 관련하여 연구하고 싶어했다. 그래서 현재 연구실이 아닌 실제 GPU나 가속기 연구를 하는 연구실에 가고 싶었다. 하지만, 여기서 학부 연구생을 하며 시뮬레이터도 만져보고, 메모리 시스템도 공부해보고, 특히 현 시대의 컴퓨터 아키텍처 판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피부로 느끼면서, "메모리 시스템"이 현 아키텍처 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깨달았고, 적어도 조연급은 아니란 생각이 들어 생각을 바꾸게 되었다.

 

또, 연구실에 들어와 첫 연구 주제를 잡을 때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았는데, 이건 내 성격이랑도 관련된다. 나는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 여러가지 가능성 중에서 한 가지 선택하는걸 굉장히 스트레스 받아하는데, 연구주제 또한 2년 이라는 짧은 석사 과정에서 잘못된 결정을 내리면 제대로 된 논문을 쓰지 못할까봐 하는 두려움과 불안이 있었다. 시스템 분야는 연구가 오래걸려서 한 논문 쓰는데 적어도 1년, 길면 3년 이상도 걸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첫 연구 주제를 죽을 때 까지 하진 않는다. 그리고 석사때 한 연구로 비슷한 분야로 취업에 제한이 생기지도 않는다. 따라서, 어떤 연구를 할까? 도 물론 중요하지만, 그냥 어떤 주제든지 열심히 재미있게 할 수 있기만 하면 될 것 같다. 그 연구가 끝나면 다시 새로운 주제로 연구를 할 수 있으니까 말이다.